
미 동중부 성령쇄신봉사자 협의회는 지난 5월 16일 버지니아 성 정하상 바오로 성당(주임 배하정 다니엘 신부)에서 2026년 제13차 성령대회를 개최하였다. “하느님의 영의 인도를 받는 이들은 모두 하느님의 자녀입니다”(로마 8,14)를 주제로 열린 이번 성령대회는 미 동북부 성령쇄신봉사자 협의회 지도 신부를 역임한 김정경 실바노 신부(뉴저지 포트리 마돈나 본당 주임)를 강사로 초빙하여 강의, 파견미사, 안수식의 순서로 진행되었다. 온리, 볼티모어, 버지니아 본당에서 모인 276명의 참가자들은 말씀과 찬미, 기도를 통해 성령 하느님과 깊은 일치와 친교를 이루는 시간을 가졌다.
제1강의 「성령 하느님은 누구이신가?」에서 실바노 신부는 성령 하느님을 “숨”이시며 “하느님께서 현존하시는 방식”이라고 설명하였다. 철학을 전공한 자신이 성령을 이성으로만 이해하려 했던 경험을 나누며, 새가 한쪽 날개만으로는 날 수 없듯이 성령을 온전히 이해하려면 이성과 감성의 균형이 필요하다고 하였다. 이어서 성경 구절들을 인용하며 성령 기도회 안에서 부족하기 쉬운 이성적 측면을 보완해 주었다.
구약성경에서 성령이 처음 등장하는 곳은 창세기 1장 2절의 “하느님의 영”이다. 이어 창세기 2장 7절의 “하느님께서 사람의 코에 생명의 숨을 불어넣으시니 사람이 생명체가 되었다”는 말씀, 사순시기 독서에 나오는 이사야서의 “하느님의 영이 그 위에 내리셨다”를 소개하며, 판관들과 하느님을 사랑하는 모든 이 안에서 활동하시며 하느님의 빛을 드러내시는 성령 하느님을 설명하였다.
신약성경에서는 성령으로 말미암은 예수님의 잉태, 성령께서 예수님을 광야로 이끄신 사건, 그리고 오순절 이후 사도행전에 나타난 제자들의 모습을 설명하였다. 이를 통해 성령을 만난다는 것은 혼돈과 어두움에서 벗어나 조화로움으로 나아가는 것임을 밝히며, 이러한 성령을 우리 모두가 견진성사 때 이미 받았음을 상기시켰다.
제2강의 「성령 하느님은 어떻게 만나는가?」에서는 먼저 기도를 성령 하느님을 만나는 첫 번째 방법으로 제시하였다. 하느님 현존을 체험하는 가장 구체적인 방법이 기도이며, 기도의 중심이 나 자신이 아니라 하느님께 있어야 한다는 것을 역설하였다. 기도는 하느님과의 대화이므로 말하는 것보다 듣는 것이 중요한데, 우리는 흔히 나의 것만 말하는 잘못된 습관에 빠져 있음을 지적하였다. 살아 계시고 영원하신 하느님께서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의 기도를 들으신다면, 내 신앙의 척도는 내가 원하는 것을 구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뜻을 향해 기도하는 데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서 우리가 하느님을 창조주, 예수님을 구원자, 성령님을 거룩하신 분이라고 부르는데, “거룩”의 의미는 “세상과 구별됨”이라고 설명하였다. 따라서 성령 하느님을 만난다는 것은 곧 거룩함을 입는 것이라고 하였다. 로마서 8장 26절의 “성령께서 탄식하시며 우리를 위하여 간구해 주신다”는 말씀, 베드로 1서 3장 15절의 “마음속에 그리스도를 주님으로 거룩히 모시십시오”, 마태오 복음의 황금률인 “남이 너희에게 해 주기를 바라는 그대로 너희도 남에게 해 주어라”를 인용하며, 누군가를 위해 희생하는 것은 숨은 일도 보시는 하느님 앞에서 자신의 영혼과 육신의 구원을 위한 것이라고 하였다. 그렇게 훈련될 때 인간적인 성숙과 함께 신앙도 깊어지며, 하느님께서 거룩하시고 온전하시며 자비로우신 것처럼 우리 역시 그렇게 될 수 있고 또 되어야 한다고 마무리하였다.
제3강의에서는 성령 하느님을 만나는 다섯 가지 방법을 기도, 말씀, 공동체, 성사 그리고 이웃으로 정리하였다. 기도에 대해서는 마태오 복음의 겟세마니에서 기도하시는 예수님의 장면을 떠올리며 하느님께서 침묵으로 응답하신다면 먼저 자신의 원의를 점검해야 하며, 기도의 무게중심이 나 자신이 아니라 하느님께로 옮겨가야 한다고 다시금 강조하였다. 그러면서 하느님께서 내가 어떤 사람이 되기를 원하시는지, 나를 통해 어떻게 당신 뜻을 이루기를 바라시는지 기도해 보자고 권고하였다.
이어 성령 하느님을 만나는 또 다른 길로 말씀을 제시하였다. 성경은 성령 하느님의 감도로 쓰인 가장 거룩한 책이기에, 매일의 삶 안에서 읽어야 하며, 말씀 안에 생명이 있으니 다가오는 말씀을 마음에 간직하고 그 말씀으로 자신의 삶을 비추어 보아야 한다고 하였다.
또한 공동체 안에서 살아가는 신앙의 중요성도 강조하였다. 특별히 죄를 짓지 않고 기도만 열심히 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이웃에게 무관심한 것도 죄임을 지적하였다. 하느님을 온 존재로 사랑하고 이웃을 내 몸같이 사랑하라는 말씀을 바탕으로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도 역시 하느님의 거룩한 창조물이자 사랑의 대상임을 일깨워 주었다. 사람들과의 관계 안에서 하느님의 사랑이 완성되며, 작은 습관이 쌓여 덕이 되고 신앙이 성장하여 공동체 안에서 사랑을 나눌 수 있게 된다고 하였다.
성사에 대해서는 보이지 않는 하느님의 현존을 드러내는 거룩한 표지라고 설명하며, 고해성사의 성찰, 통회, 결심, 고해, 보속의 다섯 단계 중 특히 결심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또한 성체성사에서 빵과 포도주를 축성할 때 바치는 기도문을 인용하며 성체 안에 성령의 숨결이 함께하고 있음을 상기시켰다.
마지막으로 이웃 안에서 성령을 만나는 삶에 대해서도 설명하였다. “가장 작은 형제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이다”라는 말씀처럼, 우리 주변의 가난하고 고통받는 이들 안에서 성령 하느님을 만난다고 하였다. 이어 성령 기도회라는 단체는 성령 하느님을 체험하고, 그 기쁨 안에서 살아가며, 거룩함으로 나아가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이들의 모임이라고 소개하였다.
강의를 마무리하며, 구약의 하느님 시대, 신약의 예수님 시대를 거쳐 지금은 성령 하느님께서 교회를 이끄시는 시대임을 밝혔다. 교회의 2천 년 역사 안에 언제나 성령 하느님께서 함께하셨음을 강조하며 가족이라는 가장 작은 교회 공동체 안에서, 그리고 우리 마음 깊은 곳에서 성령 하느님을 발견하고 침묵 속에서 그분의 인도하심을 깨달아 거룩함으로 나아가자고 하였다. 그 끝에 영원한 생명이 기다리고 있음을 기억하며, 성령 하느님의 거룩함을 삶의 목표이자 희망으로 삼자고 마무리하였다.
온리 성당의 김광수 크리스토퍼 형제는 “다음 날 아침부터 아내의 아침 식사를 준비하고 함께 아침기도를 바치며 말씀을 읽기 시작했다”고 소감을 전하였다. 또한 볼티모어 성당의 이미원 세실리아 자매는 “신부님의 모든 가르침이 마치 성령께서 나를 꿰뚫어 보시며 말씀하시는 것처럼 들렸다”며 “성경을 더 많이 읽고 공부해야겠다고 느꼈다”고 말하였다. 버지니아의 황영순 로사 자매는 “요한복음을 공부하면서도 예수님께서 하느님과 한 분이시라는 말씀이 마음으로 잘 받아들여지지 않았는데, 이번 강의에서 창조 때의 하느님의 영과 부활 후 제자들에게 숨을 불어넣으신 예수님의 모습을 연결해 설명해 주셔서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고 전하였다. 참가자들은 이번 성령대회를 통해 받은 말씀을 각자의 삶 안에서 살아내기를 다짐하며, 성령 하느님의 인도 안에서 살아가기를 함께 기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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